거기 있어 봐야 별 소망도 없지만 그래도 하루도, 한 시간도 빠뜨리지 않고 베데스다 연못을 주시하고 있는 38년된 환자 앞에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께서 찾아오셨다. "네가 낫고자하느냐?" 물으셨다. 낫고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슨 소망이 더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었겠는가. "아무도 나를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나보다 늦을 사람은 없습니다. '낫고자하느냐'고요? 아니오, 이미 포기했습니다."
그것이 환자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구태여 주님은 "네가 낫고자 하느냐?"고 물으셨다. 이것은 38년 된 환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절망을 맛보게 하는 뼈아픈 질문이었다. 그 스스로의 고백처럼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몸으로 기어서라도 갈 수 있겠는가. 자기 병 고치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얻을 수가 있겠는가.
38년 된 병자는 자기의 불가능과 비참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되었다. 그에게 포기의 긴 한숨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주님이 38년 된 환자 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절망이 참 소망으로 가는 디딤돌이 생겼다. 이미 절망하고 포기했는데 주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네가 낫고자하느냐? 포기와 절망으로 다 말라 버렸는데... 주님이 다가서고 있으니 이런 기회가 어떻게 찾아왔단 말인가? "하지만" 하고 위를 보니 주님이 서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