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
22-26절 유월절 식사 때 가장(家長)이 식탁에 놓인 음식의 의미를 설명하듯, 예수님은 떡과 잔으로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설명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불의한 권력자들에 의한 허망한 죽음도, 실패한 혁명가의 무모한 죽음도,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억울한 죽음도 아닙니다. 구약에서 예시되고 예언된 ‘새 언약’ 수립에 필요한 대속의 죽음입니다. 예수님이 죽음으로 보이신 언약적인 사랑을 경험할 때 우리는 참 제자의 길을 걸을 수 있고, 지독한 자기중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십자가가 요구하는 자기 부정의 삶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25,28절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가리키며 소망을 주십니다. 십자가로 향하면서도 하나님 나라에서 나눌 잔치가 있다고 말씀하시고, 제자들의 배신을 예고하면서도 갈릴리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회복의 소망을 갖게 하십니다. 십자가 너머에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혹한 십자가를 지나 영광스러운 부활에 이르신 것처럼, 예수님은 우리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되게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27,28절 “목자를 치면 양들이 흩어지리라”(슥 13:7)는 예언을 인용하며 “너희가 다 나를 버릴 것이라”는 냉엄하고도 불편한 진실을 예고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제자들이 겪게 될 충격과 절망을 내다보고 대비해주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넘어짐’(배반)에 대한 예언에서 끝나지 않고 ‘살아남’(부활)을 통한 ‘일어섬’(회복)의 약속도 주십니다. 이처럼 인간의 끊임없는 배반과 부인의 역사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피로 물든 언약(24절)과 그 언약에 뿌리 둔 신앙입니다. |